신경치료한 어금니가 곪고 발치하라는데, 살릴 수 있을까? 숨은 근관(MB2)을 찾아낸 재신경치료
- 2024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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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일 전
안녕하세요. 교대역 인근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이치과 원장 이윤섭입니다. (치주과 전문의, 치의학박사)
치과 진료에서 가장 고민되는 순간 중 하나는, 치아를 살리기도 뽑기도 애매한 상황을 마주할 때입니다. 그대로 뽑기에는 아깝지만, 살리려 해도 결과가 불확실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신경치료를 받았던 치아에 다시 염증이 생기는 재신경치료(근관 재치료)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오늘은 과거 신경치료를 받았던 어금니의 극심한 통증과 잇몸 부종으로 내원하신 환자분을, 발치 위기에서 숨은 근관을 찾아 살려낸 증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초진 : 근단병소에서 기원한 치주농양
환자분은 과거 다른 치과에서 신경치료와 크라운을 했던 어금니의 극심한 통증으로 내원하셨습니다.
검사 결과, 해당 치아 옆 잇몸이 볼록하게 부어오르고 붉어져 있었습니다. 뿌리 끝(치근단)의 만성 염증으로 생긴 고름이 잇몸뼈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압박감과 통증이 나타납니다.

2. CBCT 진단: 염증의 정확한 위치 파악
재신경치료의 진단은 3차원 CBCT(치과용 CT) 분석에서 시작됩니다. 단면만 보이는 평면 엑스레이와 달리, CBCT는 어느 치아의 어느 뿌리 끝에서 염증이 시작되어 잇몸뼈를 녹이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판독 결과, 위 첫 번째 큰 어금니(상악 제1대구치)의 여러 뿌리 중 근심협측 치근(MB Root) 끝에서 시작된 염증이 이미 주변 잇몸뼈 벽을 뚫고 잇몸 바깥쪽까지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뿌리 끝 염증은, 과거 신경치료 당시 미세하게 남은 조직이나 세균이 밀폐 실패로 시간이 지나며 재감염을 일으켜 발생합니다.
이렇게 뿌리 끝에서 시작된 염증이 만성화되면, 잇몸뼈를 통해 바깥으로 배출되는 길을 만들면서 잇몸이 부풀거나 고름이 나오는 통로(누공)를 형성하게 됩니다.

3. 해부학적 난관: 근관 내 이물질 및 우회(Bypass) 전략
원인이 되는 치근과 위치를 확인한 뒤, 기존 보철물과 포스트를 제거하고 재신경치료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염증의 원인인 근심협측 치근(MB)의 근관 내부를 탐침하는 과정에서, 과거 치료 중 부러진 기구 조각이나 단단한 충전재로 보이는 이물질이 깊숙이 박혀 있었습니다. 이 이물질이 근관을 막고 있어, 염증의 본거지인 뿌리 끝까지 기구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치아를 살리기 위해 막힌 길을 피해 염증 부위로 우회 접근할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있는지 다시 정밀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4. 성공의 열쇠: 누락된 제2 근심협측 근관(MB2 Canal)의 발견
다시 초진 시 촬영했던 3D CBCT의 '수평 단면(Horizontal Section)' 영상으로 돌아가 마이크로 단위로 세밀하게 단면을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치료되어 있던 근관 바로 옆에, 치료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또 하나의 숨은 근관, 즉 제2 근심협측 근관(MB2)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위 첫 번째 큰 어금니는 이 MB2 근관이 있을 확률이 높지만, 크기가 극도로 미세하고 위치가 숨어 있어 신경치료 시 가장 놓치기 쉬운 부위입니다.
기존 근관은 이물질로 막혀 있었지만, 이 숨은 MB2 근관을 새로 열어 진입하면 뿌리 끝 염증 부위와 내부적으로 연결되어 우회 접근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분께 이 진단 결과를 설명드리고, 발치 전 마지막으로 치아를 살리기 위한 재신경치료를 권해 드렸습니다.

미세 현미경으로 숨어 있던 MB2 근관의 입구를 찾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물질이 박힌 기존 근관을 우회하여 뿌리 끝의 감염 세균을 소독하고 성형한 뒤, 근관 내 약물 처치를 거쳐 뿌리 끝의 치주 농양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5. 재신경치료 성공률에 대한 생각
이번 증례는 다른 병원에서 발치 위기에 처했던 치아였지만, 과거에 치료되지 않고 누락되었던 또 하나의 미세 근관(MB2)이 있었던 덕분에, 이를 통로로 활용해 치아를 살릴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재신경치료의 성공률은 기존 충전재의 종류, 치근 파절 여부, 잇몸뼈 파괴 범위, 근관 내 기구 파절 등 변수가 많아, 일률적인 수치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발치도, 무모한 치료도 아닌, 케이스마다 CBCT를 통한 정밀한 3차원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치아를 살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 진단 없이 진행하는 재신경치료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신경치료한 어금니의 지속적인 통증이나 잇몸 부종으로 발치 진단을 받으셨다면, 뽑기 전에 재신경치료로 살릴 수 있는지 정밀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신경치료한 어금니가 또 아프고 잇몸이 곪았어요. 빼야 하나요?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과거 신경치료 후 다시 염증이 생긴 경우, 원인을 정확히 찾아 재신경치료(근관 재치료)를 하면 발치 없이 살릴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원인 진단이 정확해야 하므로, 발치를 결정하기 전에 3차원 CBCT 정밀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Q. MB2 근관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나요?A. MB2는 위쪽 큰 어금니(상악 대구치)에 흔히 존재하는 '제2 근심협측 근관'입니다. 크기가 매우 미세하고 숨겨진 위치에 있어 신경치료 시 가장 놓치기 쉬운 근관입니다. 이 근관이 치료되지 않고 남으면 그 안의 세균이 재감염을 일으켜 뿌리 끝 염증과 통증의 원인이 됩니다. 이 증례도 누락된 MB2가 원인이었습니다.
Q. 신경관이 막혀 있어도 재신경치료가 가능한가요?A. 기존 근관이 부러진 기구나 충전재 같은 이물질로 막혀 있으면 일반적으로 발치를 고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증례처럼 막힌 길을 피해 다른 근관(MB2)으로 우회 접근하여 염증 부위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 치아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우회 전략이 가능한지는 CBCT 정밀 분석으로 판단합니다.
Q. 재신경치료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요?A.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률적인 수치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충전재의 종류, 치근 파절 유무, 치조골 파괴 범위, 근관 내 기구 파절 등 변수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발치나 무모한 치료를 지양하고, 케이스마다 CBCT 정밀 진단으로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정확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재신경치료를 할 때 CBCT를 꼭 찍어야 하나요?A. 고난도 재신경치료에서는 CBCT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 2차원 엑스레이는 단면만 보여주지만, 3차원 CBCT는 어느 뿌리에서 염증이 시작됐는지, 숨겨진 근관(MB2 등)이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해줍니다. 정확한 원인 진단 없는 재신경치료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정밀 영상 진단이 성공의 첫 단추입니다.
글쓴이 : 반포이치과 원장 이윤섭 (치주과 전문의, 치의학박사)


